일본 언론, "북한, 각성제 등 마약류 거래, 도심 엘리트층까지 확산"

도쿄|김진우 특파원 2017. 8. 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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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1세기의 명약’ ‘현대식 감기약’….

북한에서 각성제 등 마약류 거래가 북중 접경은 물론 도시에서도 이뤄지고 있으며, 엘리트층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북한 정부의 강연기록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북한의 비밀경찰조직인 국가보위성이 지난해 여름 평안남도의 ㄱ시에서 개최한 강연기록을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강연 기록에는 지난해 5월 전개된 증산운동인 ‘70일 전투’ 기간 중 ㄱ시에서 마약밀매로 적발된 사람은 200명이고 주변 지역까지 합치면 500명을 줄줄이 적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약류 제조에서 도매 판매까지 관계한 핵심 인물에 대해서는 “당과 사법기관의 책임있는 지위에 있는 가족과 친척이 다수 있다”라고 북한 엘리트층 출신이라는 점도 밝히고 있다.

북한에서 마약류는 중국식 명칭대로 ‘빙두(氷毒)’로 불리며 북중 접경 등 빈곤지역에 퍼져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강연기록에는 마약이 도시에서도 권해지고 있다고 적혀 있다. 마약이 도심부를 중심으로 ‘21세기의 명약’, ‘현대식 감기약’으로 권장된다면서 “24시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엘리트층인 대학 수험생들도 마약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개인이 경영하는 음식점 중에서도 술·요리와 함께 마약을 제공해 하루 저녁 1사람당 50만원(한화 약 7만2000원)을 버는 사례도 기록돼 있다. 강연기록에는 이 음식점 여주인에 대해 “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총살했다”고 언급됐다.

북한에선 마약 거래가 1990년대 통화 위조, 미사일 수출과 함께 외화벌이의 주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북중접경에서의 단속 강화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북한 내 밀매가 늘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설명했다.

이 강연기록에는 “더럽게 번 돈을 깨끗하게 쓰자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무턱대고 사용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전 원수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도에 맞지 않다. 당의 사상과 맞지 않은 말을 사용하는 자는 반드시 역적의 길로 들어 갈 것”이라고 경고하는 대목도 있다. 반면 “마약류의 제조와 판매에 물이 들었어도 당 지도부에 헌납하기 위해 생산기기와 제품을 가지고 자수하면 체포, 구속하지 않고 죄를 백지화해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이니치는 북한 당국이 범죄자가 증가하면 그 중 반체제적인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강한 경계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발족한 이후 미사일 발사 실험을 반복하는 등 대외적으로 강경자세를 이어가는 한편 국내에선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 제제로 경제가 압박을 받음에 따라 반사회적 행위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마이니치는 지적했다. 강연기록에선 “이대로 증가하면 조국이라는 거대한 집이 무너진다”면서 마약 거래가 만연하는 상황에 위기감을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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